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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한국영화 리뷰

부산행 vs 킹덤, 어떤 좀비물이 더 강렬했나?

by cielmoney 2025. 8. 4.

한국 좀비 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K-좀비의 대표작으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와 배경, 연출 방식 속에서도 공통된 긴장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과연 두 작품 중 어떤 좀비물이 더 강렬했을까요? 지금부터 장르적 특징, 메시지, 서사 구성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서사 구조와 몰입감: 현대와 조선의 리듬 차이

‘부산행’은 2016년 개봉 당시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한 한국 좀비 영화의 대표작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은 시청자의 몰입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영화는 빠르게 시작되는 감염, 공간 제약, 시간 제한이라는 3요소를 기반으로 한정된 서사 속에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구조를 절묘하게 녹여냈습니다.

반면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좀비물로, 장르의 전형을 완전히 새로 쓴 작품입니다. 감염병을 중심으로 왕권과 정치, 민중의 삶을 엮어가며 보다 서사 중심적인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1화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긴장감도 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서사의 깊이와 캐릭터의 감정선이 점층적으로 누적되며 시청자의 인내와 집중을 요구합니다.

결론적으로, ‘부산행’은 빠른 전개와 극적인 갈등으로 단일 서사에 집중하며 영화적 몰입감을 제공했고, ‘킹덤’은 다층적인 플롯과 세계관 구성으로 드라마적 서사에 강점을 가졌습니다. 어떤 작품이 더 강렬했는가는, 시청자가 ‘속도’를 중시하느냐, ‘서사’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습니다.

한국 좀비물 부산행과 킹덤의 배경 차이를 보여주는 상반된 공간
왼쪽은 현대적인 지하철역에 정차한 열차의 모습으로 영화 '부산행'의 배경을 떠올리게 하며, 오른쪽은 고즈넉한 전통 한옥 마을 속 안개 낀 풍경으로 드라마 '킹덤'의 시대적 배경을 표현한 장면이다. 두 장면은 한국 좀비물의 시대와 공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캐릭터와 감정선의 깊이: 인간의 선택이 드러나는 순간들

‘부산행’의 가장 강렬한 장면은 좀비보다도 사람들의 선택입니다. 주인공 석우는 처음엔 자기중심적이지만, 점점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쪽으로 변화하며 성장합니다.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는 끝까지 가족을 지키려는 인물로, 감정선이 명확하고 직관적입니다. 특히 아이와 임산부를 보호하려는 인간적인 본능은 극적인 장면을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킹덤’은 다릅니다. 이창세자는 단순한 액션 히어로가 아니라 왕권을 둘러싼 음모 속에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서비, 조학주 같은 조연들도 각자의 신념과 생존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단순한 선악이 아닌 회색지대 속 인간군상이 묘사됩니다. 인물의 감정선이 직선적이라기보다는 점층적이며, 각 회차마다 쌓여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결과적으로 ‘부산행’은 영화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캐릭터 감정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키는 데 강점을 가지며, ‘킹덤’은 드라마라는 형식의 특성을 살려 다층적인 인간 군상을 통해 감정의 밀도를 높입니다. 감정 몰입의 강렬함에서는 ‘부산행’이 빠른 임팩트를, ‘킹덤’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노트를 펼친 청소년들의 모습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노트를 펼치고 미래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진지한 모습.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꿈과 진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담겨 있다.

장르 연출과 메시지: 좀비 그 이상을 말하다

좀비물은 단순한 공포 장르가 아닙니다.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메타포로도 기능합니다. ‘부산행’은 초기 감염자의 무책임한 대응, 승객들의 이기주의, 계층에 따른 생존 우선순위 등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비춥니다. 특히 열차라는 공간은 계층 간 단절과 이동, 고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강하게 묻습니다.

‘킹덤’은 감염병 자체보다 그것을 은폐하려는 권력자의 탐욕과, 이로 인해 고통받는 민중의 현실을 중심에 둡니다. 조선시대라는 설정은 역병의 확산을 보다 원초적으로 다루기에 적합하며, 백성의 생존보다 체면과 권력을 중시하는 집단의 태도는 현재에도 통용되는 정치적 은유로 읽힙니다. 또한 궁중 권력다툼과 감염병의 확산을 병렬적으로 전개하며 복합적 장르로 완성도를 높입니다.

연출 스타일 또한 대조적입니다. ‘부산행’은 빠르고 날카로운 카메라 워크, 폐쇄 공간의 긴박감, 생존 경쟁을 통한 정서적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면, ‘킹덤’은 광활한 배경, 사극 특유의 느린 리듬, 감염의 서서히 퍼지는 공포를 통해 서사적 깊이를 더합니다.

‘부산행’과 ‘킹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 좀비물의 저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부산행’은 영화로서의 압축성과 극적 감정 몰입을 극대화시켰고, ‘킹덤’은 장기적 서사와 정치적 메시지, 미장센으로 세계 시장에서 장르적 확장을 이뤄냈습니다. 어느 쪽이 더 강렬한가에 대한 답은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두 작품 모두 한국형 좀비물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입니다. 좀비를 넘어, 사회와 인간을 말하는 이 두 작품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될 것입니다.

한옥 성 안의 상류층과, 성 밖 어둠 속의 침묵한 군중
한옥 성 안, 등불 아래에 앉아 고요함을 즐기는 상류층 인물의 모습과, 그를 둘러싼 성 밖 어둠 속에서 침묵한 채 서 있는 군중들. 조명과 구도의 대비를 통해 사회적 격차와 계층의 단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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